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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례 피정 (1920년 3월 19일)

시녀 0 1,355 2010.09.02 11:11
삭 발 례 피 정
- 1920년 3월 19일 -


좋으신 하느님께서 내가 사제직을 갈망하도록 허락해 주시고 나를 당신의 사제단에 불러주신 그 은총에 온전히 응답하기를 원하고 있는 나는 지금부터 주님이 당신의 성심(聖心)에 따라 사제직에 오르기 위해 요구하시는 덕행들을 실천하면서 사제 서품을 준비한다.
모든 덕목(德目)들 중에서 실천하기에 제일 어렵기는 하지만 나의 신체적인 조건에 따라 가장 수월하게 할 수 있고 또 필요에 더잘 부응하는 덕목은 겸손이다. 이 겸손은 다음과 같은 특정한 정신에 의해서만이 실천될 수 있는 것이다 : 나를 내세우려 하지 않는다, 좋은 자리나 영광을 탐하지 않는다, 누구에게 인정받으려 하지 않는다.
내 안에 있는 모든 대립된 성향들을 인정하면서 나는 항상 소리 없이 예수님과 함께 숨은 생활을 하셨던 좋으신 어머니, 거룩하신 동정녀와 성 요셉께 나의 결심들을 축복해 주시고 나 혼자서 할 수 없는 그 결심들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라고 간구하기로 한다.

결심 :
1) 혼자 있을 때 :
허왕된 꿈이나 공상, 쓸데없는 계획들을 피한다. 나를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는 것을 삼가고 내가 그들보다 더 잘났다고 여기지도 않는다.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기 위해 공부하거나 일하지 않고 오로지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한다. 오직 신앙의 관점에 따라서만이 나 자신을 인도하도록 한다. 특히 작은 희생이 필요할 때.
성공이나 실패에 연연하지 않는다. 너무 미리부터 걱정하지 않고 하느님의 섭리에 전부 맡겨드린다. 하느님의 영광과 영혼들의 구령에만 전념한다. 성 마리아와 성 요셉처럼 나도 끊임없이 하느님의 현존 안에 머물러 있도록 노력한다.
2)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
나를 ‘모든 이의 종’이라 여기며 행동한다. 나 뿐 아니라 다른 이들이 그들의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게 한다. 그들과 대화할 때는 친절과 애덕으로 한다. 특히 조급하게 말하지 않는다. 토론할 때에는 진실한 주장만 하되 너무 고집스럽지 않고 부드럽게 한다.
여러 모임이나 회합에 참석할 때에는 나에 대한 관심 집중을 삼가고, 생색을 내거나 칭찬받게 하는 언행을 피한다. 단순하면서도 품위 있는 자세를 유지하고 경솔하고 오만한 태도를 피한다.

이 결심들의 실현을 수월히 하기 위해서 :
미래 사제직에 대한 생각을 끊임없이 눈앞에 그려보고 피정동안 기록해 놓은 주석들과 함께 교황의 교서(敎書)들을 한 달에 한번씩 읽는다.
이 주제에 관해 특별 성찰을 한다. 여기 노트에 적어 놓은 기록을 자주 재독한다. 기회 있을 때마다 “Domains pars.”와 “l'Indue me.”(주님은 좋으신 분, 나를 인도하소서.) 기도를 믿음을 가지고 반복한다.
사제는 끊임없이 자기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에 유념하고, 성직에 대한 준비는 마지막 서품을 준비하는 피정동안이 아니라 지금부터 해야한다는 것을 생각한다.
거룩한 신학생이 되기 위해, 그리고 후일 거룩한 사제가 되기 위해 첫 삭발례 때 가졌던 경건한 감정을 항구하게 지켜갈 수 있도록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께 도움을 청한다.

독서 : 준주성범 III권 32장

특별히 성찰하고 지켜보아야 할 사항들 :
특별 성찰 : 내적 명상
1. 성당에서 : 성체 조배는 믿음을 가지고 한다. 될 수 있는 대로 성당 안에서는 적게 움직이도록 한다. 겸손한 자세.
기도 안에서는 겸손과 신뢰, 항구성. - 특히 미사, 찬미의 기도, 성체 조배 시간에 분심을 피한다.
아침에 한 결심들을 갱신하고 지난번 고해 때 한 결심들을 갱신한다. 나에 관해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하느님에 관해서만 생각한다.
2. 오락 시간 : 시간 낭비와 반감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오락 상대자를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장상들이나 동료들에 대해 판단하거나 비판하지 않는다, 즉 남을 중상하지 않는다. 감정에 민감하거나 초조해 하고 불쾌해 하거나 화난 얼굴을 하지 않고, 대립된 정신이나 멸시하는 정신을 갖지 않으며, 한결같이 명랑한 모습으로 애덕을 실천한다.
미래에 대한 말이나 영광스러웠던 과거 상황에 대해 말하지 않을 것이며, 이야기하는 중에도 진실을 과장하거나 왜곡시키지 않음으로써 겸손을 실천한다. 무례하게 남의 사소한 비밀들을 누설하거나 성공 사례들을 장황하게 늘어놓으면서 나 자신을 드러내려 하거나 돋보이려 하지 않는다. 쓸데없는 토론이나 무익한 말들을 조심한다. 토론에서는 부드럽게, 솔직하게 말한다. 격한 감정을 가지고 말하지 않는다. 확신이 섰을 때는 고집부리지 않고 진실을 받아드린다.
다른 사람들을 시기하여 무너뜨리지 않는다. 겉모습만 보고 선호하지 않는다.
3. 식당에서 : 애덕을 베풀고 동료들의 욕구가 무엇인지를 살핀다. 메뉴를 일부러 택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가진 것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게걸스럽지 않게 천천히 먹는다. 식사 중에 하는 영적 독서에 귀기울여 경청한다.
4. 침방에서 : 공부는 성공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지향을 가지고, 보속 정신으로 순명에 따라서 한다. 공부하는 법을 배운다는 취지하에 방법론에 따라서 공부한다.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 종을 치면 신속하세 순명한다. 성공에도 즐거워하지 않는 겸손을 실천한다. 성공할 때에도 실패했을 때와 같이 한결같은 기분을 유지한다. 일에 대해 체념하거나 실망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의 성공에 질투하지 않는 포기의 정신을 갖는다. 내 안에 분노의 생각을 품지 않는다.
5. 인간 관계 : 유용성. 감상에 젖지 않고 큰 신중성.
6. 강의실에서 : 침묵, 주의, 애덕, 겸손.

항상 실행할 것 : 현존하시는 하느님에 대한 생각. 짧고 열렬한 기도와 아침의 결심들. 아침의 영성체와 내일의 영성체에 대해 생각한다. 인간적인 시선에 억매이지 않고 하느님에 대해 생각한다. 의상, 말, 규칙 준수에 좋은 모범이 되도록 노력한다. 어떤 사명 없이 다른 사람들의 입법자(立法者)가 되려 하지 않고 내 자리를 지킨다. 나 자신에 대해 잊어버린다.
내가 말해야 하거나 또는 외부에서 해야 하는 것을 내적으로 순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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